벽봉...
친구들 기억엔 어떻게 남아 있나요?
아주 큰 신부나무와 키보다 더 큰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가면 산비알에서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냉기가 도는 얼음굴을 지나고 이내 작은 마당만한 공터가
나오고,
초등학교때 소풍가서 보물찾기도 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천렵을 갔던 곳.....
우리 초등학교 교가에도 나오는 곳...

가곡은 가끔씩 가기는 했지만 아주 오랜만에 찾아본 벽봉.....
상전벽해라는 말이 있지요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다는.....
그렇게 세상이 몰라보게 변하다는 의미인데 벽봉을 가서 그말을 실감했습니다.
이게 아닌데......
뭔가 잃어버린 듯 허전하고 도무지 눈앞의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않아 걸음마저
허둥거립니다.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벽봉은..... 보도랑을 따라 꼬불꼬불 걷던 숲길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혹여 옛 기억을 찾을까 가보려고 해도 저기가 끝입니다.
벽봉의 푸른물도 천렵하며 걸터 앉았던 수문도 저기서 눈을 감아야 찾을수 있습니다.

농사가 시작 되기전 논을 부치던 사람들이 함께모여 돌을 쌓고 소와리를 잘라 보(洑)를 만들고 그물을 넘치도록 도랑에 물을 내보냈던 벽봉보(洑).....
그런 정겹던 보(洑)의 모습은 간곳없고 딱딱하고 인정머리없게 똑바른 시멘트 보(洑)가 자리를 대신합니다.

곧게 뻗은 뱅골다리 옆에는 눈비를 맞으며 얼음골족욕탕이라는 팻말이 서있습니다.
처음 저것을 세울때야 박수도 치고 대우도 받았겠지만 저것도 세월을 못 비켜
낡고 색이 바래니 어쩌다 오가는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야 눈길 한번 줄지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옛날 얼음구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한참 아래쪽에 덩그러니 돌로
만든 냉혈동굴이란게 황당하기까지 하네요.
도대체 어디서 족욕을 하고 저 굴의 용도는 어떻게 하라는건지.....

비가오면 개울이 흙탕물을 일으키며 몸을 불리고 불어난 물은 다리며 논둑이며 밭이며 길도 무너뜨리고 거침없이 내달렸지요,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망연자실했던 그 자리에는 시멘트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어렸을 때 처음 수선장 물을 건너 바위까지 갈 때 두려움에 얼마나 큰 모험이고 용기를 내고 갔는지
아직 그때 기억이 있는데 이제 나이를 먹고보니 처음 수선장을 건널 때처럼 큰맘을 먹어야 건너갈거 같다는 생각에 에고 세월이여......
늙으면 애 된다더니...
이 몸으로 바위를 기어올라 물위로 뛰어내릴수 있으려나?
에이 글렀지 이젠...
그러나 다행인건 저 바위위에서 뛰어 내리지 않아도 되지요
왜냐구요?
저 바위위에 뛰어 내리지 말라고 써 있거든요
못 믿겠다고요?
궁금하면 가서 보세요
저기 보이는 팻말에 틀림없이 그렇게 써있을겁니다.

신작로옆에 나무가 있어서 나무밑에 옷을 벗어놓고 수선장으로 뛰어가던 그때
기억은 삼삼한데 지금은 잘 가꾸어진 농로가 자리를 대신합니다.

세상은 늘 변합니다.,,
세월도 가고 우리의 젊음도 가고...,
스스로 높낮이를 맞추는 물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습니다.
몸은 늙어도 부지런함이나 게으름은 늙지 않지요 그게 천성이듯 몸을 움직이며
사는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야지요.
옛날 좌운행 버스가 꼭 시간 맞춰 있는건 아니었지요 열시에 들어가서 네시에
나오지만 그저 형편에 따라 늦기도 하고 빠르기도 했지요.
우리네 인생도 형편따라 다르다면 어찌될까요?


벌초를 하고 국민학교 옆에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옛날 학교에서 주던 옥시기 죽이나 우유배급은 받을 때 갈비탕,곰탕을 여기서
먹을거라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못 봤던 원근이 준철이 호설이도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그 누구도 세월은 비껴가지 못한 듯 에공 그놈의 세월은.....
여보시오 경찰양반 과속하는 차만 잡지말고 과속하는 세월은 단속은 어쩔거요?



죽은사람 하나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걸 보면 거기도 괜찮은가 봅니다.
그러길래 하나도 돌아오는 사람이 없겠지요...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사는날까지 건강히 살다가 가야지요.
친구들 건강히 코로나도 조심하고 건강도 챙기고 재미있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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