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탑 그리고 정선여행(2021.10.7)
모정(母情)
모정(母情)은 사전적의미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말로 모정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끝없는 희생과 그 큰 사랑을 어찌 모정이라는 한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
아마도 글이나 말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되는 숭고하고 거룩한 단어가 아닐까?
가을이 가기전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는 모정탑을 다녀왔다.
모정탑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저 다리를 건너면 된다,
주차장은 생각보다 커서 여러대를 주차할수 있으나 단풍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릴것에 대비 주중에 가기를 추천하다.
그래야 호젓한 단풍길을 걸을수 있을테니까.....
다리를 건너 매점을 지나 직진이 아닌 우측길로 가야한다.
율곡선생 구도장원비.
노추산은 강원도 강릉과 정선에 걸쳐 있으며,
높이 1322m로 태백산맥의 줄기에 속한다.
이산은 설총과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으로 모정탑을 가는길에 볼 수 있다.
아홉 번 장원급제 한 율곡이 이곳에서 수학할 때 남긴 비석이다.
모정탑을 가는길 입구에는 마을사람들이 쌓은 탑길로 이어지며 마침내 차옥순여사가 돌탑을 쌓았다는 표지판과 함께 어른키보다 큰 돌탑들이 마치 도열하듯 길옆에 늘어선다.
여기서부터 차순옥 여사가 쌓은 돌탑길이 이어진다.
모정탑을 쌓은 주인공은 2011년 작고한 고(故) 차옥순 할머니.
고 차옥순여사는 23세에 서울에서 강릉으로 시집을 와서 3남 1녀를 출산하셨다 한다.
아들 둘을 잃고 남편마저 병을 앓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를 않던 어느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계곡에 3,000개의 돌탑을 쌓으면 평안하리라는 계시를 받는다.
이에 돌탑을 쌓을 장소를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았다는 지금의 장소를 찾아 탑을 쌓기 시작하였으며 이때 여사님 나이가 40대 초반인 1985년부터 2011년 66세로 돌아 가실때까지 26년간 3,000개의 돌탑을 쌓으셨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비켜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이이나 올라갈수록 좁아져서 마침내 한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아진다.
많은 탑군을 지나 계곡물을 건너면 여사님이 거처하였던 움막이 나온다.
생전에 땀을 씻고 갈증을 해소하였던 그 물이었으리라.
탑에는 성명과 날자가 적힌것을 볼 수 있는데 탑을 쌓을때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나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날자를 적어 놓았다 한다.
어머니의 총기(聰氣)
영혼의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센 듯싶은
팔순의 어머니는
뜰의 잡풀을 뽑으시다가
마루의 먼지를 흠치시다가
손주와 함께 찬밥을 물에 말아 잡수시다가
먼산을 넋 놓고 바라보시다가
무슨 노여움도 없이
고만 죽어야지, 죽어야지
습관처럼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것이
이젠 섭섭지 않다.
치매에 걸린 세상은
죽음도 붕괴도 잊고 멈추지 못하는 기관차처럼
죽음의 속도로
어디론가 미친 듯이 달려가는데
마른풀처럼 시들며 기어이 돌아갈 때를 기억하시는
팔순 어머니의 총기.
- 고진하 -
수많은 밤과 낮을 남편과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지새웠고 쌓아올렸을 탑.....
외로움과 칠흑같은 어둠속에서도 오로지 탑을 쌓기위해 세월을 묻었던 그 애절함에 저절고 마음이 경건해진다.
『엄마와 곤란』
엄마가 나를 낳을때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아픈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내가 퇴원해서 다시 걸을 수 있을 때 울다가 웃던 엄마의 기쁨을 나는 모른다
나는 언제나 엄마의 고통이거나 기쁨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 했을 때
나는 그것을 아주 곤란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 박후기(1968- ) -
『엄마』
세상에 태어나면서 맨 처음으로 배우는 말,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엄마...
- 정연복 -
여사님이 거주하시던 움막, 지금은 아래의 사진처럼 복원을 하여 놓았다.
땀에 쩔어 서걱거리는 옷을 벗고 팔 벌리면 모자랄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육신을 누이고...
밤이면 이름모를 산짐승들의 울음소리는 얼마나 무서웠고 또 인정없고 얄미운 산골 모기는 또 얼마나 괴롭혔을까?
밤이면 쏟아지는 별들은 얼마나 가슴을 아리게 했고 여름장마에 불어난 계곡물은 또 얼마나 두려웠을까?
먹거리 입성조차 변변치 못하고 겨울이면 언 땅을 또 얼마나 손톱이 빠지도록 파내고 쌓았을까?
정선 5일장은 매월 2,7일에 열린다,
마침 가는날이 장날이라 장구경도 하고 콧등치기 국수에 모듬부침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정선 시장은 열십자 모양으로 사방 네군데로 입구가 나있다.
길옆에 있는 백석폭포 그러나 아쉽게도 이 폭포는 인공이란다.
그러나 산위에서 바위로 쏟아지는 폭포는 마음까지 시원함을 준다.
정선아리랑의 고장 수많은 애환과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은 깨끗하게 정비되고 아무도 반기지 않는 배는 건너편 강기슭에 머리를 대고 낮잠을 즐긴다.
해는 점점 짧아지고 겨울은 가까이 온다.
아직 가을도 마음껏 누리지도 못했는데 또 겨울이 가까이 오는 듯 하여 괜시리 마음만 급해진다. 이 가을 단풍이 어우러진 산과 낙엽을 밟으며 호젓한 산길을 걸어 모정탑을 걸어보시길 추천한다. 더욱이 주중에는 북적이지 않아 고즈넉한 가을 분위기를 즐기기에 더더욱 적합한 곳이 아닐까 한다.
자식들은 커갈수록 자꾸 부모에게 등을 보인다.
그러나 부모는 그 뒷모습만이라도 오래보려 붙박이처럼 서있다.
마치 편지를 기다리는 녹슨 우체통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