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단상
아침 운동차 뒷산을 오르는데 안개속에서 매캐한 연기 냄새가 납니다.
누군가가 쓰레기를 태우는 모양이네요
익숙한 연기 냄새에 문득 어렸을때 생각이 납니다
지금 날씨는 아침으로 영하의 기온 이지만 어렸을 적에는 더욱 추웠지요,
더군다나 변변치 못한 입성에 훨씬 더 추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처럼 가볍고 따뜻한 다운 잠바라도 있었더라면 훨씬 덜 추웠을 텐데요
이맘때면 낭구를 하는 때였지요.
가을 걷이가 끝나고 겨우내 그리고 이듬해 까지 아궁이에 불때고 밥해 먹으려면 나무는 필수였을때니까요
낭구는 나무의 사투리 입니다.
어릴적 우리는 그말에 더 익숙했습니다.
비낭구, 등걸나무,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에는 고잠바리도 했네요,
그것들이 다 없어지고 검불낭구를 했던 생각이 납니다
솔검불이면 더 할나위 없겠지만 그게 어디 있나요?
쇠각지 아님 대나무 각지로 갈포대기 치며 검불을 긁어
비낭구채로 아람을 지으면 다섯아람이면 한짐이 되었지요
지게꼬리를 바짝매고 지게 작대기로 받쳐놓고 각지로 양 볼따구니를 치면 반드름하게
마치 장구실패처럼 예쁜 나무 한짐이 되었지요
한 십리길을 걸어서 해오는 낭구가 오전에 한 짐, 오후에 한짐....
힘은 들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나무를 하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장터 순진 아버지가 아담하고 예쁘게 해서 지고 다녔지요
지금이야 나무가 우거 졌지만 그때는 밥을 쏟아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반질반질한 민둥산이 었는데...
겨울 오기전 부지런히 적어도 오십짐은 해다 쌓아 놓아야 농목 한가리 했다고 했지요
부강지에 소와리 한 아름을 부지깽이로 욱여 넣어 불을 피우고
고물개로 불을모아 부삽으로 떠서 화리에 옮겨담아 한겨울 웃풍을 견뎠지요
어느집에서나 흔히 볼수 있었던 검게 탄 자욱이 있는 아랫목
지금은 보기힘든 구들장의 추억입니다
추운 아침 세수하고 문고리를 잡으면 손에 쩍 달라붇던 문고리...
문창호지로 비춰 아련히 들어오는 햇살에 화로 구멍쇠위에서
뽀글대던 된장찌개 손가락만한 삮힌 고추와함께 하던 된장 투가리가 그립습니다
힘들지만 웃고 떠들던 그러나 지금은 볼 수 없는 친구들이 그립습니다.